마라톤 대회에서 맨발로 달리는 사람을 보게 되면 뭔가 결연한 의지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달리기는 심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건강에 여러모로 좋다는 것이 입증돼 있지만 무릎 등 관절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관절염을 일으킬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관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달리기 운동화를 신는데 안전한 트랙이 마련돼 있을 경우와 런닝머신에서 오히려 맨발로 달리는 것이 관절에 무리를 훨씬 덜 준다는 보고들이 있다.
발은 애초부터 여느 신발에 못지않게 뛰어난 충격 흡수 장치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운동을 할 때 충격흡수 능력이 있는 기능성 신발을 신는 것은 발이 착지할 때의 과도한 체중 부하 때문에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충격의 일부를 흡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실제로 발이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발을 벗고 운동을 하면 발은 물론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미국 하버드대 다니엘 리버맨 교수팀은 미국과 아프리카 케냐에서 각각 일주일에 적어도 20km 정도 달리는 사람들을 상대로 맨발로 달릴 때와 신발을 신고 달릴 때의 차이점을 조사했는데, 미국에서 성장해 항상 신발을 신었던 사람에게는 맨발로, 케냐에서 맨발로 살아온 사람에게는 쿠션 있는 신발을 신고 달리게 했다. 이와 함께 케냐의 10대 연구 참여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맨발, 다른 그룹은 신발을 신고 달리게 했다.
조사결과 맨발로 달리는 사람들은 뒤꿈치가 땅에 닿기 전 발바닥 앞쪽 바깥 부분이 먼저 닿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에, 신발을 신고 달리는 사람의 75% 이상은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았고, 이것이 부상의 원인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발바닥 중간이나 앞꿈치 부분이 땅에 먼저 닿는 데는 강한 종아리와 고유의 발 근육이 사용되고, 이런 착지 방식이 관절의 삐걱거림을 줄이고 더 부드럽게 내달릴 수 있게 만들게 된다. 맨발로 달리는 사람은 원래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으면 날카로운 충격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뒤꿈치 먼저 딛기를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는 말이다.
미국 버지니아대학 케이지 케리건 교수팀은 근육이나 뼈대에 부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 68명을 대상으로 러닝머신을 일주일에 약 24km를 달리기용 운동화를 신거나 맨발로 달리게 한 결과, 가능성 달리기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것이 맨발로 뛰는 것 보다 무릎, 엉덩이, 발목 관절에 비틀리는 힘(토크)을 더 증가시켜 부담을 주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달리기 신발을 신으면 맨발로 뛰는 것보다 엉덩이 내회전 토크는 54%, 무릎 굽힘 토크는 36%, 무릎내반 토크는 38% 증가했다. 대부분의 달리기용 신발은 뒤꿈치 부분이 들어 올려져 있고, 발 중간 움푹 패인 아치 부분을 채워주는 식인데 이것이 관절에 부담을 주는 원인일 수 있다고 한다.
맨발로 달리면서 앞꿈치로 착지하게 되면, 종아리와 발 근육을 강화시켜 주기는 하지만 너무 갑자기 바꾸면 아킬레스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서서히 조심스럽게 전환해야 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을 피하면서 안전하게 맨발 달리기로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그에 맞는 몸만들기가 필요하다. 맨발 운동을 위해서는 발의 충격흡수 능력을 복원하여 균형감각을 키우고 발의 통증을 줄이고 부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훈련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족저근막을 강화시켜야 한다. 근육 강화운동은 발 근육도 다른 근육과 마찬가지로 수축과 이완을 통해 발달한다는 이해에서 시작한다. 윗몸 일으키기로 복근을 단련하는것처럼 발도 이런 훈련이 필요한데, 전통적인 족저근막 강화훈련 방법인 수건 위에 맨발로 올라선 뒤 발가락 근육을 수축시켜 수건을 앞뒤로 당겼다가 폈다를 반복하거나 발가락으로 작은 돌을 집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발바닥 안쪽을 깊숙히 누르는 방식으로 마사지하고 종아리 근육을 스트레칭하는 유연성 훈련도 빼놓을 수 없다.
신발을 신고 달리다가 맨발 달리기로 가는 중간에 발가락 신발(베어풋화을 신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무릎이나 허리, 발에 통증이 있는 사람들은 신발을 사용함으로써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베어풋’ 화란 ‘맨발’에 가까운 운동효과를 준다는 기능화로 발가락 모양을 그대로 본떴거나 발 움직임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소재를 사용하여 평소 쓰지 않던 관절 주변의 잔 근육을 발달시키고 신체 전체의 균형감각을 키워주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제대로 사용할 경우 부상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지만, 문제는 그런 효과를 보려면 걷거나 달리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운동위원회(American Council on Exercise)’에서 발간한 “베어풋(맨발), 좋기만 한가”를 보면, 운동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이 작성했는데, 조깅을 즐기는 19~25세 여성 16명을 대상으로 2 주일간 주 3회 비브람 ‘다섯 손가락(FiveFingers)’ 베어풋 화를 신거나 맨발로 달리게 한 결과, 8명은 권장사항 대로 뒤꿈치가 아니라 발 볼이 땅에 먼저 닿게 하는 방식으로 주법을 완전히 바꾸었으며 발에 가해지는 충격은 전통 조깅화를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는 전통 방식으로 달릴 때에 비해 줄어 든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나머지 8명은 평소대로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는 방식의 달리기 방법을 고수했으며, 발에 가해지는 충격은 전통 조깅화로 달릴 때의 2배로 나타났다.
베어풋화는 쿠션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는 잘못된 방식으로 달리게 되면 몸에 해롭고, 달릴 때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은 발→발목→무릎→엉덩이→허리의 순으로 전달되므로 발가락에서 허리에 이르는 모든 부위에 부상을 입을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발가락 신발을 신거나 맨발로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조깅화를 신을 경우보다 보폭을 좁게 줄이고 앞꿈치, 즉 발 볼이 땅에 먼저 닿게 하는데 주력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조금씩 점진적으로 적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달리기 습관이 가져오는 신체 스트레스는 신발을 신고 달리는 사람들은 체중의 2~3배나 되는 무게를 동전 크기만한 발뒤꿈치 표면에 집중시키게 되는데, 이는 맨발로 착지할 때의 충격에 비해 3배 이상이나 된다. 즉 발뒤꿈치로 땅을 디디며 달리는 것은 마치 망치로 뒤꿈치를 때리는 것과 맞먹는 충격에 해당되며,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의 30~75%가 이 때문에 매년 반복적인 발 부상을 입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항상 맨발로 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발을 신고 달릴 때도 뒤꿈치보다 발의 앞부분을 먼저 딛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매주 1회씩 흙길이나 편평한 잔디위에서 맨발 달리기를 연습하면 발힘이 길러지고, 발 근육이 강화되면 도약시 지면을 차고 나가는 용수철의 힘이 강해져서 결과적으로 보폭이 커지면서 달리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운동 효과는 신발이 아니라 자신이 몸을 제대로 움직이는 데서 온다는 것은 브랜드를 초월하는 진리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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